이번주에는 편입시험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일을 택해 버렸다.
편입 공부하는데 들어간 300만원 넘는 돈을 조금이나마 다시 채우기 위한 일이다.
대략적으로 1월 말까지 일급으로 세전 355만원 정도의 돈을 벌게 되었다.
결국 일하고도 +-0원에 가깝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용역과 일급
나는 그 전까지는 항상 월급(이라 쓰고 포괄임금제)를 받는 근로 환경에서 일했다.
주휴 수당으로 주말에도 돈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휴일이 있으면 당연하게 유급 휴일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겪어본 일급, 일용직, 용역이란 용어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게 했다.
언제 잘리지 모르게되는 직장에 나가 사람들과 떠들기란 생각보다 마음이 좀 걸리는 게 있었다.
남이 잘해준만큼 잘해주자라는 것이 나의 모토였지만, 곧 안볼 사람한테도 그래야 되나?
군대에서 해줄 거 다 해주고 돌려 받은 게 있을까? 아니 내 호의가 호의로 보이긴 했을까?
그런 고민들이 있다. 특히 이렇게 단기간일 때는 말이다.
이곳도 잠깐 거쳐가는 곳이라는 생각에 일을 제대로 해야한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 전까지는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으로 내 몸을 갈아가면서까지 일했다.
하지만 사실 내가 나와도 잘 될 곳은 알아서 잘 되고, 망할 곳은 알아서 망하는 것 같더라.
남은 건 망가진 몸과 그들이 줬던 돈뿐이더라.
나의 가치
돌아보면 나의 가치는 결국 그 정도 돈이었나 싶기도 하다.
대학도 나오지 않은 20대 청년,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곧 군대로 끌려갈 사람에게는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일반적인 시선인거 같더라.
갔다온 입장에서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어차피 1~2년 후면 보지 않을사람, 잘해줘봤자 곧 연락 안될 사람, 이런 저런 편견들이 1년 9개월이라는 짧은 생활동안 박혀 버렸는데 3년이나 다녀온 사람들에겐 어떤 인식이 박혀 버렸을까?
짧은 내 생각인데도 금방 공감이 되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찬양 가사가 있다. 히즈윌의 '믿음이 없이는'이라는 가사 중 일부다.
나는 나그네로 왔는데
왜 주저앉게 되었나
나는 청지기인데
언제부터 내 삶의 주인이 되어 버렸나
나의 가치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는데, 그걸 가끔 돈으로 환산하고, 계산하고, 남과 나를 평가하는데 결국 쓰게 된다.
온 김에 사는 삶. 나를 이 땅에 내려준 부모님을 섬기는 삶. 그런게 결국 삶인데, 가끔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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