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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의 일상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인생의 난제들이 포위하고 위협할 때면 언제나 달아났다. 이제 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 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 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한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나는 항상 마음의 고민, 그리고 우울감을 느낄때 도망간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도망이다.

 

항상 어디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 쯤이면, 여러 일들이 몰려서 피곤할때,

나에게 휴식을 주는 곳으로, 나에게 무언가 일을 주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나에게 일로부터의 해방을 주는 곳으로 도망가곤 한다.

 

그렇기에 매해 여행을 떠난다.

 

올해에는 여행에 많은 돈을 태웠다.

도쿄에 100만원, 교토-오사카에 80만원, 베트남 푸꾸옥에 100만원... 정말 많은 돈들을 태웠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

여행 후 남은 여행지의 추억? 혹은 정신적 안정? 그런것들이 생각보다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오직 남은 것은 비어있는 통장들과 매일 마실 수 있는 풍족한 양의 맛있는 차와 옷을 가져가지 않아 샀던 옷들 뿐이다.

 

분명 떠날때는 만족스러웠다. 현재의 불안한 감정을 떠내보낼 기회이자 당장 처한 순간들의 도피였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텅빈 통장을 이제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된 지금 나에게 여행은 사치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좀 더 고민을 해본 결과, 단순히 지금으로부터 아주 잠깐이라도 도망만 갈 수 있다면 그게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 또한 언젠가 내가 여행을 떠날때 잠깐이라도 이 글귀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진정 내가 그곳을 가야만 여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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